- 이 책과의 첫 만남은 10~11살 즈음 외삼촌 방의 책장에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린 나이에 농부가 밭갈고 애낳고 땅사고 나이들다 죽는 소설이 왜 그리 재밌었는지 모르겠다만, 몇 번을 반복하며 같은 내용을 읽고 또 읽고 그러던 경험이 있다. 그 강렬한 기억 이후로 이 책은 지금까지도 내 인생소설 중 하나이고, 그래서 사실 이번에 십수년만에 다시 읽는 것이지만 다행히 그리 식상하거나 지겹지 않았다. 오히려 기억을 더듬어가며 책을 넘길 때마다 인물들, 배경들이 생생히 떠오르는 게 참 반갑다. 아 이런 일로 고향을 떠났었지, 이러다 첩을 들이게 되었지, 이때 메뚜기떼가 왔었지...하며 쉼없이 넘어가는 순간 책이 끝난다. 참 재밌게 잘 읽히는 책임을 부정할수가 없다. 이렇게 된 김에 아직 읽어보지 못한 이후의 이야기인 아들들과 분열된 일가를 읽어보려 하는데 어떨지 모르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