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단 흥미롭게 잘 읽었다는 것을 먼저 언급하고 넘어간다. 특히 다른 곳에서 본 적 없는 이런 소재는 꽤나 참신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읽으면서 이상한 기시감같은 게 드는데 내가 지금 소설을 읽고 있는 게 아니라 마치 어떤 RPG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 그런 것 같다. 묘사가 생생하다 뭐 그런 쪽이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그런 건 아니고(부굴의 눈 자체가 게임 시스템과 거의 같긴 하다), 대부분의 줄거리 진행과 이야기의 흐름이 인물들의 대사 몇 마디로 처리된다는 게 게임같았단 말이다. 결국 이 책도 분량 문제인 것 같은데, 모든 일반인들의 일상생활부터 바꿔버릴 압도적인 변화를 처음부터 깔고 시작하는 이런 이야기를 중단편으로 처리하려니 배경, 줄거리 진행, 결말까지 전부 바쁘다. 중심 소재인 부굴의 눈의 설정은 또 얼마나 복잡한데 그걸 설명 몇 줄로 담아내는 게 좀 성의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바쁘게 내달린다. 나중에는 인물들이 말 몇마디로 이러자 하고 움직이고 저러자 하고 움직이는게 좀 실소를 자아낼 정도로 바쁘다. 그냥 장편으로 갔으면 좋았을 뻔 했다(뒤에 작가의 말을 보니 원래 이 정도 분량으로 기획되었던 프로젝트였다는데...). 바쁘지 않고 차곡차곡 채워나가는 식이었으면 더욱 몰입이 잘 됐을텐데 좀 아쉽다. 아니 근데 이러고 보니 이거 정말 소설보단 게임 시나리오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