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 나이의 친구들이 자연스럽게 넘어가기엔 너무 충격적이고 자극적이었기에, 내가 사 들고 온 이 앨범은 학교에서 나름 소소한 화젯거리였다. 나도 1집 활동곡들과 UFO의 대중성에 모험을 걸고 구입한 거라 이런 괴랄하고 파격적인 물건을 받아들게 될 거란 생각은 전혀 못했다. 어쨌든 음반이 꽤나 마음에 들어서 오랫동안 들었던 기억이 난다. 아무래도 이렇게 컨셉이 확실한 앨범은 앨범 전체의 분위기와 통일성이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데 이 앨범은 다행히 그런 점에서 매우 만족스럽다. 10곡의 많지 않은 트랙들이 각자 다른 독특한 개성을 선보이면서도 공통적으로 음습한 분노와 광기의 에너지를 분출하며 하나의 기묘한 세계를 이룬다. 시간이 한참 지나 늙어버린 지금은 좀 유치하게 느껴지는 가사도 있지만, 그래도 이 앨범 전반적으로 적절히 유머러스한 그로테스크함이 아직은 재밌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이 앨범의 백미는 아무래도 인트로인 냄새와 혀다. 특히 혀는 그 괴상하면서도 중독적인 음악과 가사가 어우러져 지금 들어도 생생하게 느껴지는 그 축축함이 일품이다. 감히 남들한테 말할 순 없지만 한번 들으면 멈추기 힘든 그런 곡이다. 이런 곡도 이런 앨범도 앞으로 다신 나오기 힘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