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은 내가 느와르 영화를 재밌게 봤다는 게 어떤 뜻인지 잘 알거다. 개인적으로 느와르란 장르에 대해 애정이나 관심이 전혀 없는 편이다. 마초적인 캐릭터들의 가오잡는 언행들도 딱히 멋져보이지 않고, 길고 지루한 총기 액션들도 그닥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자, 이 모든 것의 집합체, 홍콩 느와르의 대표작 영웅본색을 피끓는 청춘시절에 봐도 모자랄 판에 다 늙은 지금에서야 봤다. 근데 와...이럴 수가 있을까. 내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재밌다. 이게 이렇게 재밌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젠 충분히 클리셰가 되어버린 평이한 스토리라인은 비비 꼬지 않고 직선적이라 오히려 보기 편하고, 어떤 간지나는 자세로도 탁탁 들어맞는 사격술은 현실적이지 않아서 오히려 가오를 잔뜩 살려준다. 다른 영화 같았으면 손발 오그라들고도 남을 사나이 울리는 대사들도 여기선 기가 막히다. 몰입도가 장난이 아니다. 말 그대로 멋이라는 것이 폭발하고 테스토스테론이 넘쳐난다. 이래서 사람들이 그렇게 좋아하는구나 싶다. 그래도 나는 주윤발보다는 적룡이 훨씬 멋지고 간지나게 느껴지는 점이 다른 사람들과 좀 달랐달까. 적룡의 이마가 좀 안타까웠을 뿐. 재밌게 잘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