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장부터 센세이션했던 '그' 밴드의 '그' 앨범이다. 문득 이런 흔치 않은 장르의 앨범이 전세계적으로 엄청나게 팔려대는 드문 현상을 실시간으로 접하던 기억이 생생히 난다. 앨범 자체는 고딕 메탈 요소의 어두움과 장엄함에 뉴메탈의 힙한 리듬감이 결합되어 소위 말하는 가오와 대중성을 동시에 잡아낸 꽤나 괜찮은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출세곡인 Bring Me To Life뿐만 아니라 수록곡들이 뺄 곡 하나 없이 다 준수하고 특히 앨범 전체적인 밸런스가 매우 좋다. 강약조절을 해야 할 때 발라드가 두어 곡 들어간다거나, 심포닉이나 오케스트레이션이 적재적소에 쓰여진 걸 보면 굉장히 영리하고 치밀하게 만들었다는 생각도 든다. 이렇게 열심히 좋다고 할 만한 앨범이긴 한데... 개인적으로 이 앨범에 느끼는 감정은 좀 복잡미묘하다. 분명 귀에 쏙쏙 들어오고 좋은데, 듣다보면 너무 빨리 질려서 플레이리스트에 오래 남아있는 법이 잘 없다. 다음 앨범인 The Open Door는 이 앨범보다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음에도 훨씬 오래 즐겨 들었었다. 참 신기할 따름이다. 아무래도 장르적인 문제가 아닐까 생각은 해 보는데(얼터너티브나 뉴메탈적인 요소는 충분히 쉽게 질릴 만 하니까), 사실 잘 모르겠다. 그래도 Haunted와 Whisper같은 곡들은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좋아하는,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최후까지 버텨주는 곡들이다. 이 두 곡마저 빠지면 이 앨범은 또다시 몇년간 봉인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