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그냥 덤덤하게 봤다. 아마 대부분의 다른 사람들은 가슴 아프거나 먹먹한 기분으로 봤을테다. 글쎄, 남매들이 놓여진 현실 자체가 안타깝고 비극적이긴 하지만 감정적으로 크게 슬프진 않았다. 당연히 나는 이런 상황을 겪어본 적 없지만 그래도 처음부터 아무 희망 없었던 미래에서 오는 무기력이란 것에 나름 익숙하기 때문에 이 친구들의 심정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게... 딱히 슬프거나 절망적이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니고, 그냥 공허하다. 가끔은 웃을수도 있지만 그냥 공허하다. 그래서 장남 아키라보다는 장녀 쿄코의 순진하면서도 무기력한 평소 표정이 진짜 이 가족들의 마음을 반영하는 것 같아 보인다. 뭐 어쨌든, 특별한 극적 서사나 인물간 관계성이 있는 영화도 아니기에 그냥 그렇구나 하면서 봤다. 이 정서가 충격적으로 다가왔다는 것은 경험해보지 못했다는 것일지도 모르기에 영화를 보며 맘껏 슬퍼할 이들이 부럽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