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으로 폴 오스터를 처음 접한지 벌써 20여년 전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무모했다. 뉴욕 3부작으로 시작하게 될 줄이야... 기본적인 서사가 있긴 하나 서사 중심으로 전개되는 구조가 아니라 인물의 감정과 심리 상태를 끝없이 탐구하는 초현실적 플롯을 가지고 있는지라 자칫하다간 나조차 길을 잃게 된다. 조심스레 그 길을 따라가다 보면 각각의 주인공들이 타인을 강박적으로 관찰하는 동안 서서히 타자에게서 자아의 모습을 발견하며 존재를 부정당할만큼 자신의 내면을 깊게 파고드는 그 혼란스런 과정들이 희한하게 몰입된다. 물론 솔직히 말해 지금 읽어도 여전히 어려운 거 맞다. 세 개의 이야기가 뭐가 어떻게 연결된다는지도 여전히 잘 모르겠다. 내가 무슨 현학적인 기쁨을 누리려고 이런 걸 읽고 있나 하는 생각도 솔직히 든다. 근데, 등장인물들의 깊은 철학적 사유까진 건드리지 못하더라도 그 정서에 미약하게나마 동질감을 느끼긴 하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이번에도 흥미롭게 탐독하게 되긴 했다. 아마 다음에 또 읽게 될 때까진 다시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