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대만족한 이후 곧바로 각잡고 봤는데... 생각보다 그저 그랬다. 물론 하울의 움직이는 성도 마법이 공존하는 스팀펑크 세계긴 하지만, 아예 판타지 세상이었던 전작보다 훨씬 현실적인 배경과 성숙한 주인공이 등장하는데다가 남녀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가 사실상의 주 플롯이 되다 보니 뭔가 이상하게 흥미가 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아버렸다. 아니 성이 움직이는데! 마법이 펼쳐지는데! 매력적인 세계관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무드가 너무 소녀소녀한 순정만화 감성이라 그게 좀 별로였다고 해야 하나. 뭐, 취향 차이일 거라고 생각한다. 아니면 전작 때문에 기대감이 너무 컸거나 아니면 내가 너무 나이들어 본 것이거나. 영화 전체적인 면에선 좀 밍숭맹숭했는데, 디테일하게는 마음에 드는 부분도 꽤나 있었다. 일단 음악이 진짜 좋았다. 아...이건 좀 쩔게 좋았다. 그리고 전작과 마찬가지로 허수아비, 캘시퍼같은 조연들이나 엑스트라들의 구도, 움직임 하나하나가 다 위트있게 처리된 걸 매 장면마다 느낄 수 있어서 그건 참 보는 눈이 즐겁더라. 왜 사람들이 언제나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기대하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