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트록이니 앰비언트니 드림팝이니 이런거 그때도 전혀 몰랐고 지금도 사실 잘 모른다. 그냥 돈 생기면 일단 그때 그때 찜해놓은 음반부터 무턱대고 사고 보던 시절이었다. Untitled 1의 임팩트있는 뮤직비디오에 홀딱 빠져 앨범을 지르고 보니 이 느릿느릿하고 요상스런 아이슬랜드 음악과 나의 당시 정서와는 융화가 잘 안되던 터라 몇번의 시도 끝에 결국 한구석에 처박아놨었다. 그리고 이 앨범을 몇년만에 다시 꺼냈다. 참 오랜만에 듣는데 처음보단 훨씬 듣기 편하고 마음에 든다. 이 난해함을 정서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된 건 어떤 의미일까. 이 앨범의 무드가 단순히 어릴 때의 분노보단 지금의 침울에 가깝기 때문일까. 잘 모르겠다. 아니면 이 불안하면서도 마음을 매료시키는 사운드가 안내하는 긴 여행에 이젠 함께할 수 있을 정도로 늙어버린 건 아닐까 생각한다. 앨범 제목처럼, 혹은 (공식적으론)제목없는 노래들처럼 이 앨범을 경험한 후 무엇이든 채워넣을 수 있는 괄호 안을 채우기엔 아직은 내가 많이 부족하다. 그냥 듣고 느낄 뿐.